2019.1.18

할아버지, 할머니 추모예배.
60, 70대의 어르신들이 어찌 그리
아이처럼 말씀들을 나누시는지^^
아마 할아버지, 할머니 앞이라서
더욱 그러셨을까 싶다. 세월이 지나도
가족은 그런 것. 단체관광 계획을
세우시는데 이건 뭐 천진난만의 끝.ㅋㅋㅋ

십센치 공연 관람.
휴…공연이 끝나고 한동안 멍한 상태로
자유로를 달리며 이 기분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싶었는데 레오를 산책시키며 겨우 제정신이
돌아왔다.
잘 빚어낸, 모던한,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는,
깔끔한 백자 같은 공연.
분명 준비하는 과정에서 뭔가 얼기설기
복잡하고 산만한 것들이 가득 차 있었을 텐데
‘깎고 또 깎고 또 깎아서 정교하게 완성되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치밀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맘에 드는 것이 나올 때까지 붙들고 있었을 것 같은.
그래서인지 한순간도 버릴 것이 없었고
시종일관 몰입할 수 밖에 없었던 공연.

어느 공연이든 그 아티스트만의 톤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공연이라도
그 톤을 만들어내고 살려내지 못한다면
무의미한 실패작이 될 수 있고,
반대로 핀 조명 하나만으로도 아티스트의 품위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건 그 어떤 화려함보다도 강력하고 모든 것을 뚫어낸다.
소박한 제작비의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알맹이 없는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흥행에 성공하는
현상과 비슷한 것. 다이내믹이란 것은 항상 상대적이고
그걸 느끼는 관객의 심상 또한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무대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attitude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관객은 그걸
온몸으로 느낀다.
무대 위의 performer에서 뿐만이 아니라
입장할 때 수검을 하는 스태프의 표정,
기타를 건네주는 무대 스태프의 복장과 걸음걸이,
음악과 함께 숨 쉬는 듯한 조명의 미세한 템포감과 색감,
노래가 시작됨과 동시에 모든 연출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긴장감, 곡마다 달라지는 섬세한 리버브 잔향의 길이,
영상 속의 폰트 종류와 크기, 위치 등등등
수많은 디테일들이 성의로 가득 차서
하나의 숨으로 훅 뱉어낼 때 관객은 ‘와! 정말 최고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확신한다.
음악 콘서트라는 확실한 주인공(뮤지션)이 있을 때
이 모든 연출의 중심에는
뮤지션과 그들의 음악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꼼꼼한 캐릭터 분석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그다음은 그 안에서의 흐름과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셋리스트가 단단한 뼈대로 서야 할 것이다.

십센치의 공연을 보고 ‘무엇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걸까?’
에 대한 고민에 한동안 멍했고 이것에 대한 감상을
꼭 글로 남겨보고 싶었다.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기술적인 부분과 뭔가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잊어버리게 되는 것들이 있다.
알면서도 잊게 되는 것들.
‘나는 어떤 뮤지션인가?’

십센치의 공연은 참 좋은 그것이었다.
attitude가 느껴지는 공연.
대기실에서 친구들에게
‘뭐 이상한 거 없었어요? 빨리 얘기해줘요.’하는데
속으로
‘정열아! 너 정말 징글징글하다!’
라고 3번 외쳤다.
징글징글하게 멋진 녀석!!!
최고였다구 이놈아!!!!
젠장…또 보고 싶네…

10 thoughts on “2019.1.18”

  1. 아..어제 갈껄. 망설이다가 주말 라이브데이 데브 못 볼까봐 포기했는데 그정도였다니..ㅜㅜ

    근데 오늘 오빠일기 좀 감동입니다!!
    늘 객석을 생각해주시는 거 알긴 했지만 이리 세밀하게 신경쓰고 계신 줄은 몰랐어요. ㅜㅜ
    늘 데브 단공 보러 가면 귀한 대접 받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게 오빠의 마음가짐에서 오는 것이였음을 이제야 깨닫고 지난 공연들의 감동이 다시금 파도가..ㅜㅜ
    (아..어쩔 수 없는 데브 바보네요 전;;;)
    여튼 오빠가 해마다 거의 일년치 에너지를 쏟아넣는 썸매를 (몰랐던 13년을 제외하곤) 거의 다 제일 가까운 자리에서 깊게 느낀 제가 감히 한마디 드리면,
    그동안의 썸매는 수많은 고민들과 노력의 흔적들 중 빼고 또 빼어 좋은 것만 남긴 멋진 공연들이였어요.
    그래서 울컥으로 오래 앓게 되는 공연이랍니다.
    오빠의 ‘징글징글’처럼 제게는 ‘아 바보오빠들 이케까지 꼭 힘들게 영혼 갈아넣어야하냐? ‘ 라는 애정 감동 찡함 다 섞인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된다는!!^^;;
    진심이 닿는 숨이 훅 뚫고 오는 공연임!!!!!!!
    완전 진짜 최고!!^^ 헤헤 고마웠습니다 그동안!!^^*

    와…빛나는 후기에 사족을 얹었다!!;;; 도망가야징!!^^;;
    여튼 19년 썸매 기대합니다!!^^
    데브 공연만 보고 다니는 저도 오빠가 느낀 그거 느끼게 해주세요!! 기다릴께요!!
    굿나잇 발군오빠님!!!^^*

  2. 이런 음악을 하는 분이 이런 사상과 자세로 만든 공연이라니 썸매가 더더욱 기다려질 따름이에요. 공연 대하시는 자세에 더 반하고 가요. 그와중 박력 명필이십니다.

  3. 이런 발군의 꼼꼼함이 바탕이된 모든 데브공연은
    그래서 볼때마다 엔돌핀팍팍이였어!!!
    징글징글하게 멋진녀석이 하는그공연
    저도 오늘 보러갑니다~
    그나저나 발군도 시간됨 또 오러나…

  4. 데브의 음악을 그 자체만으로도 즐기지만
    아티스트 개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연결지어
    즐기기 때문에
    데이브레이크를 제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네요!

    팬들이 사랑하는
    데이브레이크만의 tone은 무엇일까요?
    데브의 크고 작은 공연 뿐 아니라 음악을 통해
    거기에 녹아들어 있는
    인간으로서 데브의 가치관, 고민, 감성
    또 다양한 매체나 소통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자세…
    팬들이 사랑하는 것도 분명
    데브의 그런 디테일이 만들어낸 tone이었을 거에요

    네 사람이 빚어낸 음악으로 앞으로도
    오래오래 많은 이야기를 들러주셨으면 좋겠어요
    최근 답답했던 오빠 마음이
    오늘의 기분으로 환기되었길 바랍니다
    저 지금 한국에 있다면
    십센치 공연 현매 있는지 당장 확인했을 텐데
    정말 안타까와요…

    오빠 그런데
    역시 이씨 가문의 후손이시네요!
    청자보다 백자를 좋아하시는 걸 보니.. ^^

  5.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진짜 오늘은 에세이 한편 읽는거 같아요
    같은것을 보고 똑같이 느껴도 표현하기 나름인것 처럼
    오늘 이 글에서 얼마나 권정열씨를 사랑하고 아끼며
    같은 뮤지션 동료로서 존경하고 배려하는지 느껴져요!
    동생이지만 그에게 배울점이 있고 또 그것을 스스로 느끼고 받아들이며 대단하다고 치켜 세워줄수 있는 오빠의 모습에 또 한번 배우는거 같아요
    데이브레이크의 음악 오빠들 모습 하나하나 다 좋아하지만
    오늘 또다시 이원석이라는 사람 그 자체로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 사람인지 알게 된 순간인거 같아요!
    또 다시 반했어요 발군님!!

  6. 오빠를 좋아하다보니 오빠 친구들도 좋아져요. 멋진분들!! 공연 후기를 읽으며 오빠의 그 마음이 전해져서 찡해지는 아침이에요. 빨리 내일이 와서 오빠 보고싶어요..! 헤헤
    저는 데브로 공연을 보기 시작해서 아직 공연이라는것을 몇번 접하지못했지만.. 앞으로 데브랑 오빠 친구들 공연 보러다니며 오빠가 느낀부분을 생각하며 볼게요!! 올 썸메가 저의 첫 썸매가 될텐데 벌써부터 기대되어요!!!! 문득 데브를 좋아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7. 성의!!! 맞아요 이표현이 딱인거같애요
    공연에 돈을들이고 꾸미고하는것이 성의!!!!로보여진다면
    모든 움직이는 사람들이 성의!!로 느껴진다면
    성의를 모르는사람은 별로없을테니 말이죠!!
    성의가 보였을때 감동하는것같아요
    그것이크던 작던 상황에맞는 성의가 중요한거죠
    십센치분은 성의보다 실력을 보여줄거같은데
    와~대단한공연이였나봐요 (나도 보러가구싶당 )

  8. 항상 서로가 서로의공연을 봐주고 피드백해주면서
    그렇게 같이 끝없이 올라가는 오빠들!!
    오빠가 평소에 그런세심한 부분들까지 신경쓰고있기때문에 캐치해낼수있었던부분이였고 그래서 데브공연은 항상 여운이 길게남아 후유증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만큼 엄청났던거군요!….
    (약간 글을쓰다보니 결론은 데브짱! 이런느낌이네요ㅎㅎ) 무튼 전 데이브레이크팬이라 행복해요❤️

  9. 저는 데브를접하고 오빠를 알게되고부터..음악으로 삶을배우고있음을 느껴요~

    언박싱때도 기타를건내주는 그순간마저 과정 하나하나 모두 치밀한 기획의 연출임을 오빠글처럼 피부치로 느꼈었고
    [수많은디테일들이성의로가득차서!!]
    –>이부분에기립박수!!!

    저는 그래서 중용23장이 제삶의 철학이었어요^^(저의디텔의부족으로ㅠ)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감동으로부터 세상을변화시킬 주역임을ㅡ.ㅡ

    하지만 예술가에게있어 그중심은 뮤지션과 음악인것!!
    어떤 뛰어난 연출보다 그 이상의 무언가…내중심을 나타내게 해야하는 장소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될 요소라느낌!!이세상 이원석은 나 단 하나임을 오롯히 느끼게할 전달력!!
    그 능력의 덧입힘이 오빠와 10cm를만든 시크릿이었다는걸 이렇게 오빠의 일기로나마 배우게됐어요^^

    저는 오빠들의공연을 통해 제게 주시는 기쁨도 매순간 말할수없이 기쁘지만..제삶을 살아가는 방향성에도 어떠한 영감을 줄수있는 영향력있는 존재의 오빠가 더없이 감사해요♡
    뮤지션이라고 음악으로만 감동을 주시기엔 너무큰 삶의철학이 느껴지고 모범을 보여주셔서 항상피드백받고 또 더 많은 에너지도 드리며 서로에게 가장멋진 존재의 유무가 될수있음에 가슴벅찬 하루로 기억될밤입니다~~~♡

  10. 마음 벅찬 공연 후기를 읽으면서 한동안 댓글을 달기가 어렵더라구요. 또 읽어보고 읽으면서 “나는 어떤 뮤지션인가? “ 라는 발군의 글이 제일 마음에 들어와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데이브레이크라는 뮤지션의 정의는
    각자 다르겠지만, 제게 데이브레이크는 다양한 색을 모두 담은 뮤지션인것 같아요. 순간 순간 비춰지는 빛의 느낌이 다른것 처럼 한번도 똑같다고 느껴진 적이 없는 공연과 노력이 가득 담겨진 음악이 뒷받침 해주는 것 같구, 수많은 고민과 수많은 생각들이 데이브레크의 음악과 공연을 앞으로 더욱 빛나게 해주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십센치의 공연을 보고 느꼈던 발군이 느꼈던 그 감정들 저도 발군 공연에서 느끼던 것과 같아요.
    멍하고, 벅차고, 또 보고 싶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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