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3.9

돌아보면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그 역할을 해주는 결정적인 사람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는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역할이었든, 나쁜 역할이었든
나에게는 큰 자양분이 되어 주었고
어느새 지금까지 잘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전적으로 의지하고 살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도 그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염치와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양심 덕에
크게 실수하며 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절대 연락하지 말아야지’하는 사람도,
‘그 사람 없으면 난 죽어’하는 사람도 없다.

‘독립이 가능한 개체’들이 만나
무언가를 조금씩 나누며 고마워하고, 즐거워하고,
때때로 위로하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이
건강한 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과해도, 부족해도 안 되는 딱 적절한 양의 것이어야
하기에 섬세한 감각이 필요한 것 같고.
(물론 어떠한 선이 명확히 정해진 건 없기에,
그래서 곡선 그래프로 넘나들기도 하지만
그 평균치가 있는 것 같다.
서로가 느낄 수 있는.
각자의 기준이 다르다면 그 관계 또한 엉망이 될 수 있겠다만.)

나의 현재에 존재하는 수많은 관계들.
그 안에서 내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서
나라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고. 좋은 역할이든, 나쁜 역할이든
결국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만 있다면.

오지랖을 부릴 때도 있고,
어떨 땐 너무나 차갑게 관조적일 수 있지만
그런 것들이 모두 좋은 관계를 위한 노력이기에
어느 정도의 이해만 있어주면 좋겠다는 바람.
그 바람도 나의 기준이기에 정말 이기적인
것이구나 싶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 사람에 대한 호기심,
나의 결핍에 대한 이해, 그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노력, 상대를 헤아리는 마음, 애틋한 심상 등등등
‘관계에 있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생각이 두서없이 교차하는 새벽이다.

이럴 땐 정말 ‘Feel로 가는 거지 뭐’ 하는
사람이 제일 존경스럽고 부럽군!!!
(물론 좋은 관계들을 만들어내는 사람에 한해서)

17 thoughts on “2019.3.9”

  1.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고 싶은 독립 가능한 개체로서 무한 응원합니다. 생각이 많은 몇 일이셨나봅니다. 그동안에도 또 멋져지셨군요! 오랜만의 길고 깊고 섬세한 일기 감사해요!

  2. 오빠와 오빠의 소중한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길!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관계’는 우리를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한편 우리를 기어이 일으켜 세우는 것.
    이 구절에서 고개를 끄덕끄덕 했던 기억이..

    오랜만에 올라온 오빠의 일기를 보며
    소중한 사람들과 관계에 대해
    잠시나마 점검해보는 아침이에요.

    고민없는 주말, 건강한 주말 보내세요!

  3. 관계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적당한 거리감, 타이밍, 자립심이 중요한 것 같아요

    관계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도 소중하죠
    합리적 마이웨이가
    덜 상처 받는 것 같더라구요

    오빠 그래도 지금까지 운이 좋으셨다니
    다행이고 부럽네요
    평화로운 주말 보내시고 힘 내세요~!

  4. 나도 상대도, 각자를 독립적으로 바라보시는 시선부터 이미 관계의 핵심을 관통하고 계신게 아닌가싶어요. 무언가 일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 모쪼록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잘 나아가기를 바래요! 저도, 오빠도, 모두들요 ㅎㅎ

  5. 항상 ‘관계’ 라는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기도 어렵고
    그 관계가 울게도 하고 웃게도 하고…
    꽤 많은 시간을 살아왔음에도 잘 모르겠는
    어려운 숙제 같은 느낌이예요.

    오빠의 일기를 읽고,,
    그냥,,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느낌대로
    소중한 사람들이 행복하면 좋겠다..
    그 행복에 그저 나라는 사람이 보탬이 되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라면 어려울 것도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항상 좋은 기운을 받게 해주는
    오빠의 일기!!! 고맙습니다 ^____^*

  6. 공감되는 말이 너무 많아서 읽으면서 계속 끄덕끄덕했어요^^ 오빠와 오빠 주변 분들이 모두 행복 하시길 바래요~ 가끔’ 아 저사람은 주변을 밝고 행복하게 만들 줄 아는 신기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란 생각이 들때가 있는데(흔치 않음 ) 공연장에서 보면 무대위 오빠의 모습이 딱 그래요.ㅋㅋ

    발군 오라버니~오늘도 즐거운 주말되세요!

  7. 다섯 번 정독했네요 ^^;
    저에겐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발군 인간관계론의 바이블이 될 듯해요
    그래도 글 전체에 오빠 느낌이 그대로 있어요
    마치 고유의 목소리가 그대로이듯

  8. 구름에 가려지고 짙은 어둠으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별은 늘 그자리에 있지요.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오늘 밤도 내일 밤도 예쁜 별들이 어김없이 마중나와 우리의 어두운 밤을 비춰줄 겁니다. 화이팅 ^^

  9. 생각의 여운이 길게남는 발군의 일기.
    운이 좋았다는 포인트에서 오빠가 좋은사람이기에 오빠의 옆에도 좋은사람들이 있었을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관계가 무엇인지 거기서 또 좋은 관계란 무엇인지 저도 나름의 기준을 가져보려 했었는데 저는 결론을 못냈던거 같아요.
    저는 그냥 제가 상대방에게 하는 모든 행동과 말 때론 물질적인것에 상대방이 저에게 돌려줘야할 답례품따윈 없다고 생각하자 하게됐고 그러다보니 서운함도 실망도 없이 있는 무언가 안정적이고 편안했어요!
    관계가 늘어가고 반복되는 혼돈속에서 발군답고 발군스럽게! 긍정의 발군기운 뿜어주시길♥

  10. 늘 제가 꿈꾸던 관계가 온전한 하나와 온전한 하나가 만나 행복한 둘이 되는 거라서 오롯이 혼자서도 완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살았는데, 그게 되려 마음을 다 열지 않는다는 거리둠으로 오해를 받아 종종 사이가 틀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최근 혼란스러웠는데, 또 해답주신 발군!
    발군이 옳다는 것 보단,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이 있고 그게 제가 닮고 싶은 오빠여서 내가 다 틀리지 않았구나 싶어 위로가 되었네요!!
    앞으로도 소중한 사람이 진심으로 행복했음 좋겠다는 마음만은 간직한 채 가진 생각을 발전시켜봐야겠어요!
    물론 선의를 간직한 채!!

    생각 나눔 고맙습니다!!^^
    평화로운 밤 보내셔요 오빠님!!!

  11. 긴글을 읽고 또 읽었네요- 관계에 대한 삶의 어려운 질문들은 인생이 마무리 되더라도 풀지 못하는 어려운 숙제가 될 것 같아요. 나와 아주 가까이 있지만, 나와 다른 먼 존재들이니까.
    주변의 소중한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멋진 분이니까 좋은 영향으로 좋은 일들이 생기길 바랄게요. 편히 쉬시고 잘자요!

  12. 정답이 어디있겠어요.
    그때그때 기분가는대로 가는거죠~
    우리에겐 때론 데브의 곡이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주기도 하는데 새앨범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13. 관계를 유지하기위해 가끔은 그 사람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쁜역할을 해야하는데..
    그게 어려운거같아요
    그냥 냅두면 결국 좋은 결말은 없을텐데

  14. 정말 오랜만에 오빠의 다이어리를 찾아와 지난 일기들를 읽으며 새벽을 보냈네요. 꼬박 꼬박 써주신 발군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댓글도 달고,,익명으로 썼던 제 댓글도 확인하면서 내가 이런 댓글을 남겼구나- 하며 지난 추억들이 생각났어요. 행복했던 영원한 시간이였네요. 이때만 해도 저는 오빠의 고민을 걱정해주는 정도밖에 안되었는데,,몇년이 흐른 지금 오빠가 고민해왔던 길을 제가 겪고 있는 것 같아 남겨주신 이 일기에 발을 멈추고 또 읽고 또 읽으며 마음이 조금 정리된 것 같아요. 과거에 이 일기를 남겨준 과거의 발군에게도 지금의 발군에게도 고마움을 남겨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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