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18

해가 바뀌었다.
일기를 쓰며 날짜를 써넣을 때마다
2017도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는데
2018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일기를 쓰지 않은 이유는
뭔가 나와의 약속조차 지키고 싶지 않은
일탈, 휴식 때문이었다.

작년 연말이 되면서 탈진 비슷한 것이 찾아왔다.
문득 돌아보니 8년 정도 되는 시간을
비슷한 패턴의 삶 속에
뭔가에 쫓기듯 앞만 보며 살아온 것 같았다.
음악을 만들고 그것을 알리기 위한 활동들,
그리고 공연. 어느새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 가고
새로운 것을 느끼고,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점점 흐려져 가고 있는 내 모습에
뒷머리를 쿵 하고 얻어맞은 듯
이건 아니다 싶은 문제의식이 생겼다.
변화가 필요했고
뭔가를 표현하기보다는
쉬면서 내면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많은 사람과 엉켜 살아가며
내가 점점 흐려지는 것.
‘나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또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라는 방향감각 없이
‘앞으로 가고 있으니 잘살고 있는 거야’ 라는
위안과 그에 따른 안락함, 안주가 너무나 위험해 보였달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에 대한 점검과
앞으로 남은 시간을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살아가고픈 희망이 생겼다.

시간은 점점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등 떠밀려 휩쓸려가기보다는 나의 페이스를 잃지 않을
단단한 생각과 힘을 가져야겠다.
아직 생각이 모두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당장에 떠오르는 준비들을 몇 가지 시작했다.
꾸준함에서 오는 즐거움을 다시 찾아야 할 시기다.

일기를 쓰지 못한 지난 시간을 간략하게 적어보자면
평창올림픽 성화봉송 축하공연이 잘 마무리되었고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왔고
할아버지 할머니 추모예배,
세부로의 MPMG 워크샵,
그리고 몇 개의 기획공연들이 있었다.
감기를 한 달 동안 앓았고
팔자에 없는 축농증(급성)에서
벗어났다.

정말 오랜만에 음악 공부(어디서 배운 적도 없는)를 시작했고
노래 부르는 방법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바쁘게 살며 돈을 벌고 명예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립된 개체로서의 내실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첫 번째,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잘 돌아보며 살아가는 게 두 번째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거추장스러운 불필요한 생각, 행동들을
줄여나가야 한다.

아름다운 것들만 보며 느끼고 표현하기만도
인생은 참 짧다는 결론.

10 thoughts on “2018.2.18”

  1. 나의 인생을 그리고 칠해나가는 것
    늘 어렵지만 또 그래서 재밌죠 !
    내 마음대로 그려지지도 칠해지지도 않는 재미 ㅎㅎ 그려진 컬러링북을 칠하는건 쉽고 재밌지만 거기에 익숙해지면 내가 뭘 칠하고있는지도 까먹을때가 있는데 그럴때가 돌아볼 때 인 것 같아요 !
    조금 지쳤다 생각이 들 때에도 함께하는 사람들이있어 또 다른 일을 할 용기를 얻게 되는 게 인생이고 .. 헿
    늘 응원해요 모두의 삶!!

  2. 전 또 2018년도 일기장이 바뀌었나 했어요
    그래서 나만 모르는곳에 일기장이있나~^^생각하기도하고 내폰이 잘못됬나생각도하고 여러가지생각이들었어요
    바쁜일상속에서도 중심을잡고 입체적으로 여러가지를 둘러보려고하는 것같은 오빠는 대단히 멋지다고 생각이들어요
    나의속을 들여다보는게 정말중요한것같아요
    이젠 일기장 뒤적뒤적 안하고 잘 오겠습니다~^^

  3. 오빠의 일기지만 늘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귀감이 되는것 같아요 이렇게 잠시 돌아보고 또 제자신에 무너져 실행에 옮기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한걸음이라도 저의 인생에도 나아가는 계기가 되겠죠 항상 감사하고 오빠의 선택에 응원을 보냅니다

  4.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피어있는 길이라면
    발 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발군!!
    발군 일기를 읽으니 책상 옆 붙여 놓았던 도종환 시인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노트가 눈에 띄네요.

    웰컴백!
    해피 뉴이어 발군!!! ^^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