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철심을 제거했다.
지난주 병원에서 다음 주 어떻게 수술하냐고
의사분께 물어봤을 때 마취 없이 그냥 빼면 된다고
하셔서 ‘뭐라고? 이분들이 정말!!!
이 의사님은 진정 환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있는 걸까?’
의심하며 며칠을 보낸 후
D-Day 오늘, 세상 겁을 잔뜩 집어먹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오늘따라 붕대를 풀어헤치는 손길이 왠지 거칠어 보이고
오늘따라 웃고 있는 의사분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느껴지고…
빼다가 쇼크로 나 쓰러지면 어쩌지? 부터 해서
빼다가 철심이 부러지면 어쩌지?
빼다가 뼈가 으스러지면 어쩌지?
빼다가 과 출혈로 응급실로 실려 가면 어쩌지?
뺐는데 손가락이 그대로면 어쩌지? 등등등…
별별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가운데
의사 선생님은 별 예고도 없이 내 손가락을 거머쥐었다!!!
차마 빼는 광경은 못 보겠다 싶어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는데
앗! 뭔가 쑤욱 빠지는 느낌!!! 이건 필시 박힌 못을 빼는 작업이랑 비슷한 느낌인데 아아아악!!!!!
근데 오잉??? 너무나 쉽게 미끄러지듯 철심은 빠져나왔고
통증은 그저 바늘로 살짝 찌르는 정도??? 이게 뭐지???
그 후 의사 선생님이 집에서 관리는 어떻게 해야 되고,
재활은 어떻게 해야 되고, 혹시 어찌어찌하면 다시 병원에 와야 하고, 뭐라뭐라 솰롸솰롸 하시는데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올 만큼 이 순간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솔직히 지난 6주 동안 공연하면서 진짜 고생스러웠고 아팠거든!!!! 근데 이렇게 간단하게 나와주면 내가 너무 서운한 거거든!!!! 그래서 이 녀석 집에 가서 니퍼로 잘게 잘게 썰어줄까 아님 녹여서 반지라도 만들까 싶어 거즈로 곱게 싸서 집으로 모셔왔다.
집에 오자마자 기분 좋게 손을 벅벅 씻었고
샤워도 두 손으로 깔끔하게 마침! 이것이 행복!
새끼손가락은 아직 내 의지대로 굽어지지 않고 있고
재활을 위해 또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하지만
두툼한 토르 망치 붕대를 제거한 것만으로도 너무나 시원하다. 잘 관리해서 빨리 정상적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싶다. (솔직히 모음 쪽 오타가 넘나 많다ㅜㅜ)
오후에는 우주히피 국인이가 파주 noog Lab 에 방문,
노래 녹음을 했다. 솔직히 녹음한 시간보다 수다 떤 시간이
더 많았음. 결국 노래는 완성되지 못했고 ㅋㅋㅋ 국인이는 마이크를 빌려 갔다.
아! 보람찬 하루!
철심제거로 기억될 강력했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