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19

아침부터 움직였던 탓에 종일 뭔가 푸석푸석.

방송하고 미팅하고 미팅하고 방송하고.
바쁘게 움직이고 뭔가를 만들어보려 고민, 애쓰고 있다.
겉은 푸석할지 몰라도 머릿속은 어느 때보다
파릇파릇하다.

지난 시간 동안
여러 고민 중에 가장 뜨거웠던 것은
해피로봇과의 재계약 문제.
이제는 어느 정도 가닥이 보인다.
지난 몇 개월 동안 판을 흔들어보려는 노력.

자신을 극한으로 몰았을 때
더 살아있음을 느끼는 부류의 사람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안락함, 안정감 속에서 더 나태해지는 사람.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보다가
확실히 어느 정도의 결핍이 필요한 건 맞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왠지 불안해 보이고
안쓰러워 보일지 몰라도
결국 그래야 행복한 걸 뭐.
그런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모든 게
말이 되고 즐거워지는 것 같다.

그러니
왜 그렇게 사냐고, 그러지 말라고 하기 보단
격렬한 지지와 응원을 부탁합니다요!!!
그러면
적절한 만족과 행복을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아! 조심스레 썸매를 준…비… 에헴.

2020.5.6

데이브레이크 유튜브 라이브
Live on [wednes]DAYBREAK

코로나19로 너도 나도 온라인 스트리밍에
집중하는 가운데 데브의 멈춤의 이유는
TO.DAY 공연의 재개가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장기 공연은 종료가 아니라 생각했기에
온라인으로 공연을 한다면
왠지 TO.DAY의 종료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
그러기가 싫었다. 뭔가 감정선의 흐름이
흐트러지는 것 같아서.

멈춤 이후 두 달여 시간 동안
공지 시기, 티켓 오픈 방법과 일정 등에 대해
회의하고, 상황에 따라 그 일정들을 수차례 미루면서
미리 잡아놓은 대관 날짜의 데드라인이 다가왔고
결국 공연을 진행하기에는 어렵다는 판단.
유튜브 라이브 시작 3시간 전에 최종 결정되었다.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언제고 공연은 하면 되니까!!!

어느 정도 자본의 투자가 없다면
대부분 고정된 카메라에
생동감 없이 진행되는 스트리밍이 많아서
조금은 거칠더라도 카메라의 앵글이 움직여주면
어떨까 제안했고 영상팀이 흔쾌히 응해주었다.

욕심내고 싶은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조금씩 조금씩 시도해보려 한다.
조명이나 사운드, 멤버들의 에티튜드에 있어 확실히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올해 데브의 리뉴얼 계획이 흔들림 없이
나아갔으면 한다.
단기적 성과를 바라보기보다는
장기적인 비젼과 재미(?)가 중요하다.

멈춤의 시간동안 구상했던
내 머릿속의 것들이
분명 옳다는 확신,
그리고 저돌적으로 밀어붙인다!

2020.5.3

늦은 저녁을 먹으러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보리음료를 샀다.
보리음료를 마시면 그 맛 때문인지 몰라도
마음이 구수해진다.
출판 단지에 가득한 풀 향기에
새삼 몇 년째 살고 있음에도
여기 이사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4집을 만들 때 몇 곡은 내가 믹스를 해보겠다며
호기롭게 장비를 구입하고
며칠 밤을 지새우다가
결국 마지막 보컬 믹스에서 도무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지 못해서
포기했었는데
오늘 유튜브를 서칭하다가
우연히 좋은 튜토리얼을 발견하고
실습을 해보았다. 몰랐던 몇 개의 비법들이
있었고 확실히 결과물이 나아지는 걸 보면서

‘사람은 역시 배워야 하나보다’와
‘세상 참 좋아졌네. 이런 걸 이렇게도 배우고’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어디서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어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책을 사거나
누군가에게 물어보거나 했고,
가창에 관련해서는 정말이지
맨땅에 헤딩하면서
연구하고 녹음해보고,
또 연구하고 공연해보고,
몸의 이런저런 변화들을 주면서
그냥 감으로,
그리고 그 감을 유지하려고
무던히 노력했었는데
요즘엔 정말이지

유튜브에 다 있다!!!!!!!!
심지어 재밌기까지 해!!!!
유튜브 최고!!!!!!

보리음료의 최대 단점은
이상하게 배가 고파지는 것.
왜일까? 도대체 왜일까?
당이 훅 떨어져서 일기를 더 쓸 수가 없다.
곤약우동이나 하나 먹고 자야겠다.

2020.5.1

잠깐 쉬려고 했던 건데 해가 바뀌어버렸다.

요즈음 강제적 휴식을 취하면서 내면의 것들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랜 밴드 생활을 하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한 고민보다는
단체에 대한 생각이 먼저였고
누구보다도 치열했고
그래서 이룬 것들도 많았고
그 이면에 아픔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게 오직 나만의 문제였게냐마는
한 발짝 멀리 보면
나라는 캐릭터가 유독 우리라는 것에 집착하는 아이러니.
함께한다는 것, 그 안에서 누구도 소외되거나
아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그래서 반면 점점 조금씩
자신을 깎아나가는 것의 반복.

아둔하게도 나의 공치사를 밝히는 걸
끔찍하게 거부하며 숨었었고
행여 타인이 그런 행태를 보이면
극도로 혐오했었다.
하지만 세상은 나를 현미경으로 세세히 바라볼 만큼
한가하지 않다.
이면의 것들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기에
뒤늦은 침묵에 후회도 많았고
미래에 대한 다짐도 많았다.

그러다 문득…
나는 표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인데
왜 머금는 시간이 더 많아졌을까라는 물음표.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의 고민에
한없이 누군가를 미워했었고
차라리 적정한 거리를 두었다면 좋았을까 하는
후회도.

이제는 솔직한 게 정답에 가깝다 생각한다.
나의 기분, 감정, 가고 싶은 길을
표현하고 그것에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끔찍하게 사랑하고 싶다.

Simple 拔群 keep moving 그리고 나

끝없이 움직이고 싶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

이미 나는 물리적 나이를 잊은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