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 추모예배.
60, 70대의 어르신들이 어찌 그리
아이처럼 말씀들을 나누시는지^^
아마 할아버지, 할머니 앞이라서
더욱 그러셨을까 싶다. 세월이 지나도
가족은 그런 것. 단체관광 계획을
세우시는데 이건 뭐 천진난만의 끝.ㅋㅋㅋ
십센치 공연 관람.
휴…공연이 끝나고 한동안 멍한 상태로
자유로를 달리며 이 기분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싶었는데 레오를 산책시키며 겨우 제정신이
돌아왔다.
잘 빚어낸, 모던한,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는,
깔끔한 백자 같은 공연.
분명 준비하는 과정에서 뭔가 얼기설기
복잡하고 산만한 것들이 가득 차 있었을 텐데
‘깎고 또 깎고 또 깎아서 정교하게 완성되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치밀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맘에 드는 것이 나올 때까지 붙들고 있었을 것 같은.
그래서인지 한순간도 버릴 것이 없었고
시종일관 몰입할 수 밖에 없었던 공연.
어느 공연이든 그 아티스트만의 톤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공연이라도
그 톤을 만들어내고 살려내지 못한다면
무의미한 실패작이 될 수 있고,
반대로 핀 조명 하나만으로도 아티스트의 품위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건 그 어떤 화려함보다도 강력하고 모든 것을 뚫어낸다.
소박한 제작비의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알맹이 없는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흥행에 성공하는
현상과 비슷한 것. 다이내믹이란 것은 항상 상대적이고
그걸 느끼는 관객의 심상 또한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무대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attitude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관객은 그걸
온몸으로 느낀다.
무대 위의 performer에서 뿐만이 아니라
입장할 때 수검을 하는 스태프의 표정,
기타를 건네주는 무대 스태프의 복장과 걸음걸이,
음악과 함께 숨 쉬는 듯한 조명의 미세한 템포감과 색감,
노래가 시작됨과 동시에 모든 연출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긴장감, 곡마다 달라지는 섬세한 리버브 잔향의 길이,
영상 속의 폰트 종류와 크기, 위치 등등등
수많은 디테일들이 성의로 가득 차서
하나의 숨으로 훅 뱉어낼 때 관객은 ‘와! 정말 최고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확신한다.
음악 콘서트라는 확실한 주인공(뮤지션)이 있을 때
이 모든 연출의 중심에는
뮤지션과 그들의 음악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꼼꼼한 캐릭터 분석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그다음은 그 안에서의 흐름과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셋리스트가 단단한 뼈대로 서야 할 것이다.
십센치의 공연을 보고 ‘무엇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걸까?’
에 대한 고민에 한동안 멍했고 이것에 대한 감상을
꼭 글로 남겨보고 싶었다.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기술적인 부분과 뭔가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잊어버리게 되는 것들이 있다.
알면서도 잊게 되는 것들.
‘나는 어떤 뮤지션인가?’
십센치의 공연은 참 좋은 그것이었다.
attitude가 느껴지는 공연.
대기실에서 친구들에게
‘뭐 이상한 거 없었어요? 빨리 얘기해줘요.’하는데
속으로
‘정열아! 너 정말 징글징글하다!’
라고 3번 외쳤다.
징글징글하게 멋진 녀석!!!
최고였다구 이놈아!!!!
젠장…또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