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었다.
일기를 쓰며 날짜를 써넣을 때마다
2017도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는데
2018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일기를 쓰지 않은 이유는
뭔가 나와의 약속조차 지키고 싶지 않은
일탈, 휴식 때문이었다.
작년 연말이 되면서 탈진 비슷한 것이 찾아왔다.
문득 돌아보니 8년 정도 되는 시간을
비슷한 패턴의 삶 속에
뭔가에 쫓기듯 앞만 보며 살아온 것 같았다.
음악을 만들고 그것을 알리기 위한 활동들,
그리고 공연. 어느새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 가고
새로운 것을 느끼고,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점점 흐려져 가고 있는 내 모습에
뒷머리를 쿵 하고 얻어맞은 듯
이건 아니다 싶은 문제의식이 생겼다.
변화가 필요했고
뭔가를 표현하기보다는
쉬면서 내면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많은 사람과 엉켜 살아가며
내가 점점 흐려지는 것.
‘나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또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라는 방향감각 없이
‘앞으로 가고 있으니 잘살고 있는 거야’ 라는
위안과 그에 따른 안락함, 안주가 너무나 위험해 보였달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에 대한 점검과
앞으로 남은 시간을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살아가고픈 희망이 생겼다.
시간은 점점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등 떠밀려 휩쓸려가기보다는 나의 페이스를 잃지 않을
단단한 생각과 힘을 가져야겠다.
아직 생각이 모두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당장에 떠오르는 준비들을 몇 가지 시작했다.
꾸준함에서 오는 즐거움을 다시 찾아야 할 시기다.
일기를 쓰지 못한 지난 시간을 간략하게 적어보자면
평창올림픽 성화봉송 축하공연이 잘 마무리되었고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왔고
할아버지 할머니 추모예배,
세부로의 MPMG 워크샵,
그리고 몇 개의 기획공연들이 있었다.
감기를 한 달 동안 앓았고
팔자에 없는 축농증(급성)에서
벗어났다.
정말 오랜만에 음악 공부(어디서 배운 적도 없는)를 시작했고
노래 부르는 방법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바쁘게 살며 돈을 벌고 명예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립된 개체로서의 내실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첫 번째,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잘 돌아보며 살아가는 게 두 번째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거추장스러운 불필요한 생각, 행동들을
줄여나가야 한다.
아름다운 것들만 보며 느끼고 표현하기만도
인생은 참 짧다는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