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또 이렇게 공연을 하네요.’
첫 멘트부터 ‘코 끝이 찡, 눈물이 핑’ 하고
말았던 이지형의 ‘신년의 밤’ 공연.
공연 내내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울음을 참고 또 참았는데 세상 쿨가이
지형이가 노래를 뱉어내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는 순간 내 눈물도 주르륵
흘러내리고 말았다.
(진짜 흘러내려서 솔직히 나도 깜짝 놀랐고 좀 쪽팔렸음.)
지난 몇 년의 시간 동안 꾹꾹 눌러 담아왔던
단독공연에 대한 간절함이
진심을 다한 노래, 이야기들로 전해졌고
지형이 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이 공연을 기다렸던
팬분들도 시종 눈물을 훔쳤다.
작년, 오랫동안 함께 했던 해피로봇을 떠나
홀로서기 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고
얼마나 힘든 현실들이 지형이를 아프게 했음을
잘 알고 있어서였을까? 지겹도록 오래 들었던 친숙한
노래들이 모두 다른 깊이로 느껴지고
9년을 봐왔던 친구인데도 이제야 이 사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래서 뭔가 미안함 마저 느끼게 했던 소중한
공연이었다.
감성적인 부분을 떠나
이지형의 보컬은 확실히 업그레이드 되었고
공연을 진행하는 능력은 더욱 유려해졌다.
작업실에 놀러 갈 때마다 혼자 왜 이렇게
진지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싶었는데
묵묵히 자신을 준비했던 거다 지형이는.
매니져도 없이 DJ 스케쥴을 매일 소화하면서
완성되어진 매너와 톤이 오늘 공연에서
더욱 빛이 났다.
오늘은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할 거니까
촌스러워도 이해해달라는 위트 섞인 멘트.
아…일기 쓰다가 또 눈물 터지네.
요즘 지형이 몸상태가 별로라고 하던데
조만간 삼계탕이라도 꼭 사 먹여야겠다.
p.s.
그런데 말이지…
몇년 전 내가 무대에서 울보일 때
제일 많이 놀렸던 권정열, 고영배, 이지형이
요즘 공연 때 왜 이렇게 많이 울지?
놀림거리가 많아져서 개인적으로는 참 좋지만
뭔가 억울하네. 단체로 울보가 되니까
놀림에 집중력이 떨어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