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9

‘제가 또 이렇게 공연을 하네요.’
첫 멘트부터 ‘코 끝이 찡, 눈물이 핑’ 하고
말았던 이지형의 ‘신년의 밤’ 공연.
공연 내내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울음을 참고 또 참았는데 세상 쿨가이
지형이가 노래를 뱉어내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는 순간 내 눈물도 주르륵
흘러내리고 말았다.
(진짜 흘러내려서 솔직히 나도 깜짝 놀랐고 좀 쪽팔렸음.)
지난 몇 년의 시간 동안 꾹꾹 눌러 담아왔던
단독공연에 대한 간절함이
진심을 다한 노래, 이야기들로 전해졌고
지형이 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이 공연을 기다렸던
팬분들도 시종 눈물을 훔쳤다.

작년, 오랫동안 함께 했던 해피로봇을 떠나
홀로서기 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고
얼마나 힘든 현실들이 지형이를 아프게 했음을
잘 알고 있어서였을까? 지겹도록 오래 들었던 친숙한
노래들이 모두 다른 깊이로 느껴지고
9년을 봐왔던 친구인데도 이제야 이 사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래서 뭔가 미안함 마저 느끼게 했던 소중한
공연이었다.

감성적인 부분을 떠나
이지형의 보컬은 확실히 업그레이드 되었고
공연을 진행하는 능력은 더욱 유려해졌다.
작업실에 놀러 갈 때마다 혼자 왜 이렇게
진지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싶었는데
묵묵히 자신을 준비했던 거다 지형이는.
매니져도 없이 DJ 스케쥴을 매일 소화하면서
완성되어진 매너와 톤이 오늘 공연에서
더욱 빛이 났다.

오늘은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할 거니까
촌스러워도 이해해달라는 위트 섞인 멘트.
아…일기 쓰다가 또 눈물 터지네.

요즘 지형이 몸상태가 별로라고 하던데
조만간 삼계탕이라도 꼭 사 먹여야겠다.

p.s.
그런데 말이지…
몇년 전 내가 무대에서 울보일 때
제일 많이 놀렸던 권정열, 고영배, 이지형이
요즘 공연 때 왜 이렇게 많이 울지?
놀림거리가 많아져서 개인적으로는 참 좋지만
뭔가 억울하네. 단체로 울보가 되니까
놀림에 집중력이 떨어지잖아!!!

2019.1.18

할아버지, 할머니 추모예배.
60, 70대의 어르신들이 어찌 그리
아이처럼 말씀들을 나누시는지^^
아마 할아버지, 할머니 앞이라서
더욱 그러셨을까 싶다. 세월이 지나도
가족은 그런 것. 단체관광 계획을
세우시는데 이건 뭐 천진난만의 끝.ㅋㅋㅋ

십센치 공연 관람.
휴…공연이 끝나고 한동안 멍한 상태로
자유로를 달리며 이 기분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싶었는데 레오를 산책시키며 겨우 제정신이
돌아왔다.
잘 빚어낸, 모던한,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는,
깔끔한 백자 같은 공연.
분명 준비하는 과정에서 뭔가 얼기설기
복잡하고 산만한 것들이 가득 차 있었을 텐데
‘깎고 또 깎고 또 깎아서 정교하게 완성되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치밀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맘에 드는 것이 나올 때까지 붙들고 있었을 것 같은.
그래서인지 한순간도 버릴 것이 없었고
시종일관 몰입할 수 밖에 없었던 공연.

어느 공연이든 그 아티스트만의 톤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공연이라도
그 톤을 만들어내고 살려내지 못한다면
무의미한 실패작이 될 수 있고,
반대로 핀 조명 하나만으로도 아티스트의 품위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건 그 어떤 화려함보다도 강력하고 모든 것을 뚫어낸다.
소박한 제작비의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알맹이 없는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흥행에 성공하는
현상과 비슷한 것. 다이내믹이란 것은 항상 상대적이고
그걸 느끼는 관객의 심상 또한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무대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attitude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관객은 그걸
온몸으로 느낀다.
무대 위의 performer에서 뿐만이 아니라
입장할 때 수검을 하는 스태프의 표정,
기타를 건네주는 무대 스태프의 복장과 걸음걸이,
음악과 함께 숨 쉬는 듯한 조명의 미세한 템포감과 색감,
노래가 시작됨과 동시에 모든 연출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긴장감, 곡마다 달라지는 섬세한 리버브 잔향의 길이,
영상 속의 폰트 종류와 크기, 위치 등등등
수많은 디테일들이 성의로 가득 차서
하나의 숨으로 훅 뱉어낼 때 관객은 ‘와! 정말 최고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확신한다.
음악 콘서트라는 확실한 주인공(뮤지션)이 있을 때
이 모든 연출의 중심에는
뮤지션과 그들의 음악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꼼꼼한 캐릭터 분석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그다음은 그 안에서의 흐름과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셋리스트가 단단한 뼈대로 서야 할 것이다.

십센치의 공연을 보고 ‘무엇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걸까?’
에 대한 고민에 한동안 멍했고 이것에 대한 감상을
꼭 글로 남겨보고 싶었다.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기술적인 부분과 뭔가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잊어버리게 되는 것들이 있다.
알면서도 잊게 되는 것들.
‘나는 어떤 뮤지션인가?’

십센치의 공연은 참 좋은 그것이었다.
attitude가 느껴지는 공연.
대기실에서 친구들에게
‘뭐 이상한 거 없었어요? 빨리 얘기해줘요.’하는데
속으로
‘정열아! 너 정말 징글징글하다!’
라고 3번 외쳤다.
징글징글하게 멋진 녀석!!!
최고였다구 이놈아!!!!
젠장…또 보고 싶네…

2019.1.15

오랜만에 사진 촬영을 했다.
자연광이 좋은 스튜디오에서 조명 거의 없이
필름 카메라로! 정식 프로필은 아니었지만
2017년에 찍은 사진(머리 노란 시절)을
올해도 쓰기엔 좀 그렇지 않나 싶어
가볍게 함 찍자고 했는데 가볍기는…
내 마음이 가볍지 않았던 거다.
아직도 카메라 앞에서 쭈뼛쭈뼛, 어색어색.
거기다 햇살이 쫙 비춰주니 눈부심에 졸림까지.
사진 결과물이 좋다면 그건 기적이라 말하고 싶다.ㅋㅋ

미세먼지가 좀 잦아드나 싶어 집에 와서
레오 산책을 시켰다.
레오는 동네 골든리트리버 ‘소망’오빠와 사랑에
빠진 듯하다. 오늘 만나자마자 끙끙 앓더니
마구마구 애교를 부리다 부끄러웠는지 후다닥 반대로 내달렸다.
분명 내가 알기로는 최근까지 ‘우미’오빠(진돗개) 였는데
엊그제 만나서는 데면데면.
레오는 금사빠인가…
내 딸이 금사빠라니…
이거 뭐 가르칠 수도 없고…

2019.1.14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자란 잠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의외로 견딜만한 컨디션에
아직 이 정도는 버텨주는구나 내 몸!
오전에 우디를 보내고
관련 일들을 정리했다.
레오를 맡기고 집 인근을 두루두루
돌았고 역시나 몽롱한 정신에 살짝 꾸벅꾸벅.
집에 돌아와 1~2시간 잤더니 하루가 다 갔다.

삶에 적당한 패턴을 만들고 싶어졌다.
이런 마음이 든다는 건 역시나 좀 느슨해졌다는
거겠지. 아무래도 1, 2월은 공연이 별로 없으니
매년 설렁설렁 보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2019년은 달라져 보고 싶은 해이니까
연초부터 좀 조여볼까 싶다.
일단 도전해보고 싶은 노래 스타일들을 정해보는 거로
시작해볼까? 그러려면 역시 많이 들어봐야겠지!

지난 소란 공연도 그렇고 이번 주에 있을 십센치 공연도
그렇고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스윽 건드려주는
자극의 느낌이 좋다. 슉 베인 자국에 새살이
샤샤샥 돋아나면 난 언제나 새로울 수 있을 거다!

2019.1.13

내일이면 내 우디와는 작별이다.
‘차가 뭘.. 그냥 차지’
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우디를 처음 안았을 때의 느낌은
뭔가 과분한 느낌이었다.
우디는
‘괜찮아 넌 그럴 자격 있어’라고 얘기해주었고
그래서 난 좀 더 분발할 수 있었거든.
근데 난 좀 더 나은 어딘가로 가려고 하니
내 이기적인 마음이 미안하고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든다.
누구의 말처럼 ‘옷 갈아입는다’로
우디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그래. 은빛 점퍼에서
하얀 코트로 갈아입는 거야.
너나 나나 좀 더 출세한 거야 그치?

2019.1.12

소란 공연 관람.

소란 정말 고생 많았다!!!
소란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난 넘 잘 알아서
주책 맞게 신나는 노래에서 더 자꾸 울컥하게 되네😥
항상 최선을 다해줘서,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
그런 마음이 젤루 멋지게 뻗어나와줘서
덩달아 내 가슴도 뜨거워져버려따!!!
소란 최고!!!

라고 인스타에 포스팅.
하고 싶은 얘기는 더 많지만
내일 공연도 있어 스포가 될까 여기까지만!

얼굴 피부가 더 건조해지는 것 같아
클린징, 로션 제품들을 싹 바꿨다.
비싸다ㅜㅜ

2019.1.9

종일 가사 소재를 생각하다가
좀 전에 띵 하고 떠올라서
일단 음절이랑 상관없이
신나게 막 적어봤는데
아…너무 야한가…
소재는 넘 귀엽고 예쁜데
왜 자꾸 그런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니…
뭐…이런 노래도 한 곡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2019.1.8

드디어 철심을 제거했다.
지난주 병원에서 다음 주 어떻게 수술하냐고
의사분께 물어봤을 때 마취 없이 그냥 빼면 된다고
하셔서 ‘뭐라고? 이분들이 정말!!!
이 의사님은 진정 환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있는 걸까?’
의심하며 며칠을 보낸 후
D-Day 오늘, 세상 겁을 잔뜩 집어먹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오늘따라 붕대를 풀어헤치는 손길이 왠지 거칠어 보이고
오늘따라 웃고 있는 의사분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느껴지고…
빼다가 쇼크로 나 쓰러지면 어쩌지? 부터 해서
빼다가 철심이 부러지면 어쩌지?
빼다가 뼈가 으스러지면 어쩌지?
빼다가 과 출혈로 응급실로 실려 가면 어쩌지?
뺐는데 손가락이 그대로면 어쩌지? 등등등…
별별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가운데
의사 선생님은 별 예고도 없이 내 손가락을 거머쥐었다!!!
차마 빼는 광경은 못 보겠다 싶어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는데
앗! 뭔가 쑤욱 빠지는 느낌!!! 이건 필시 박힌 못을 빼는 작업이랑 비슷한 느낌인데 아아아악!!!!!
근데 오잉??? 너무나 쉽게 미끄러지듯 철심은 빠져나왔고
통증은 그저 바늘로 살짝 찌르는 정도??? 이게 뭐지???
그 후 의사 선생님이 집에서 관리는 어떻게 해야 되고,
재활은 어떻게 해야 되고, 혹시 어찌어찌하면 다시 병원에 와야 하고, 뭐라뭐라 솰롸솰롸 하시는데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올 만큼 이 순간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솔직히 지난 6주 동안 공연하면서 진짜 고생스러웠고 아팠거든!!!! 근데 이렇게 간단하게 나와주면 내가 너무 서운한 거거든!!!! 그래서 이 녀석 집에 가서 니퍼로 잘게 잘게 썰어줄까 아님 녹여서 반지라도 만들까 싶어 거즈로 곱게 싸서 집으로 모셔왔다.

집에 오자마자 기분 좋게 손을 벅벅 씻었고
샤워도 두 손으로 깔끔하게 마침! 이것이 행복!

새끼손가락은 아직 내 의지대로 굽어지지 않고 있고
재활을 위해 또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하지만
두툼한 토르 망치 붕대를 제거한 것만으로도 너무나 시원하다. 잘 관리해서 빨리 정상적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싶다. (솔직히 모음 쪽 오타가 넘나 많다ㅜㅜ)

오후에는 우주히피 국인이가 파주 noog Lab 에 방문,
노래 녹음을 했다. 솔직히 녹음한 시간보다 수다 떤 시간이
더 많았음. 결국 노래는 완성되지 못했고 ㅋㅋㅋ 국인이는 마이크를 빌려 갔다.
아! 보람찬 하루!
철심제거로 기억될 강력했던 하루!